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으로 불리는 NCS(국가 직무능력 표준) 채용이 사실상 사기업 배 불리기로 귀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채용의 공공성, 공정성, 전문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이 NCS 채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6월 제2차 핵심 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국가 직무능력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능력 중심 채용이 공공기관의 선도 아래 민간기업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5년 하반기부터 130개 공공기관에 갑작스럽게 NCS 채용이 도입됐다.

 

문제는 이 NCS 채용이 각 공공기관 주도가 아니라 사기업에 위탁돼 진행된다는 점이다. <주간경향>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NCS 컨설팅은 물론이고 채용까지도 모두 오알피연구소, 휴노, 한국행동과학연구소, 시너지컨설팅, 한국능률협회, 사람인, 연구소 혜인 등 29개 사기업에 맡겼다.

 

29개 사기업이 300곳 공공기관 컨설팅

 

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한 해 위탁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각 기관별로 상이하나 최소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가령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23790만원을 썼고 한국폴리텍대학도 올해 상반기에만 19814만원을 위탁 채용에 사용했다.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 338곳 중 사기업에 NCS 컨설팅을 받은 곳은 332곳이며 채용을 위탁한 곳은 165곳이다.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만큼 채용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9개 사기업이 300곳이 넘는 공공기관의 컨설팅과 채용을 담당하다 보니 각 기관의 특성이 반영되기 어렵다. 실제 이들이 각 공공기관에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경상대학교 병원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요구하는 능력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기출경향을 반영했다며 시중에 출판된 문제지를 봐도 마찬가지다. 가령 한국산업인력공단 문제는 이런 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A 대리는 출장을 앞두고 예약한 호텔에서 객실료의 20%에 해당하는 예치금이 청구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평일 객실료는 120달러, 주말 객실료는 150달러라면 A대리가 호텔에 지급한 예치금은 얼마일까?’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상반기 채용에 응시한 한 수험생은 직무능력 평가라고 하는데 해당 기관의 특수성이 반영된 문제는 거의 없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고용노동부 채용 시험이라고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수준이었다직무능력평가가 아니라 아이큐 검사와 수능시험을 합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채용을 담당할 역량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곳도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3곳을 컨설팅한 A업체는 교육 관련 출판업을 하다가 최근에야 컨설팅 회사로 등록했다.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거나 회사 대표 자택이 사무실로 등록된 곳도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채용이 제대로 관리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한전KDN의 채용시험에서는 사무직 시험에 기술직 시험지가 잘못 배포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일부 응시자들이 감독관에게 시험지가 잘못된 것 같다고 문의했지만 감독관은 올바른 시험지가 맞다며 계속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국 한전KDN은 기술직 시험지를 받은 사무직 응시생 전원을 필기합격시켜 응시생들의 원성을 샀다.

 

 

민간업체 수익창출 수단으로 전락

 

하지만 당사자인 공공기관은 이런 상황을 통제할 권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을 주관하는 사기업들이 저작권과 보안을 이유로 출제자도, 출제 시험문제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여러 공공기관의 NCS 채용 위탁 계약서를 보면 저작권 등의 문제로 사본은 없지만 보안각서를 받았다고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건 채용을 위탁받은 사기업들뿐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B업체는 노사발전재단 NCS 채용으로만 지난 3년간 8000만원 가까이 벌었다. 이 업체는 2017년에만 15개 공공기관에 컨설팅을 했다. 그것도 모두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으로 채용을 위탁했다.

 

심지어 계약서가 없는 곳도 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지난 3년간 대한상공회의소에 NCS 채용을 맡겼는데 단 한 번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계약금액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 계약서를 생략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3년간 대한상공회의소는 해당 채용 대행으로 적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2900만원 등의 계약으로 총 1499만원을 벌었다.

 

게다가 사기업들은 저작권을 이유로 각 기관에 기출문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데 사교육 시장에는 ○○○ 기관 NCS 채용 기출문제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이 기출문제가 실제인지 아닌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사본조차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사기업은 채용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교육 시장에서 또 수익을 내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정애 의원은 “NCS가 산업계의 직무별 역량 수요를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취지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마치 군사작전하듯 수백 개 NCS를 짧은 기간에, 그것도 국가 수준의 역량표준을 개발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개발하다 보니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공공기관 채용에서 공공성은 사라진 채 자격이 애매한 민간업체의 수익 창출 수단이 되었고 구직청년들에게는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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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단독]공공기관 채용, 사기업이 좌지우지

Posted by 김문경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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