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부에서 주체로, 구호에서 정책으로 -

"새로운 통합정당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행복한 전태일(노동자)을 만들어 내는데 이바지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2011년 12월 16일, 한국노총 · 민주당 그리고 시민통합당 3주체가 모인 통합 및 합당의결을 위한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이용득 위원장의 모두발언 중 일부분이다. 무슨 더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한국노총의 정치 세력화는 시대적 요청이자 행복한 노동자로의 귀결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갈파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쉽게 바꾸어 표현해 보자면 '인간은 정치를 필요로 하는 존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정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탈이라면 너무 잘 알아서, 지나치게 탐욕적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냉소적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도 핵심은 인간에게 정치란 필수적 요소라는 점일 것이다.

1970년 11월 13일 노동자 전태일은 자신의 몸을 태워가며 노동의 문제를 우리 사회에 고발했다. 또한 87년 민주화 대투쟁의 한 주역이던 사무직 및 생산직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조직을 만들어 사회 전면에 나섰다. 이후, 노동 운동은 산적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정치 세력화의 길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민주통합당의 핵심주체로 우뚝 섰다. 이제까지의 모든 좌절과 분노를 벗어던지고 노동의 가치가 실현되고 존중받는 사회 건설은 물론, 우리의 꿈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한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이번 우리 노총의 정치참여는 역사적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난날 노동이 우리사회의 민주 수호와 독재타도의 선봉에서 가열찬 투쟁으로 끝내는 쟁취해 내고야 말았던 것처럼, 이제는 신자유주의라는 거센 파고 앞에 민중이 주인 되고, 노동자가 대접받고, 서민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 비춰 볼 때, 우리 노총의 정치 참여는 단순히 한국 노총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조합원 개인의 권리회복, 더 나아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민중의 삶을 담보해 내는 민중 승리 · 행복 쟁취의 길이기도 하다.

또한 투쟁이라는 한계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객체적 입장에서 벗어나 정책의 입안과 추진이라고 하는 주체적 입장으로의 전환, 이것이 금번 한국 노총 정치 참여의 핵심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노총은 민주통합당으로의 통합과정에서 노동친화적 강령과 정책 그리고 노동 부문에 대한 참여 보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요구했고, 통합정당은 그것을 받아들여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로, 민주통합당의 강령과 정책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록되었다.

전문에

-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실현한 노동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계승"함을 밝힘으로써 항일독립운동의 애국애족정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 4.19혁명 · 부마민주항쟁 · 광주민주화운동 · 6월민주항쟁 등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인 자유 · 평등 · 인권 · 민주와 함께 계승해야 할 가치로 한국사회 개혁 중심세력인 노동운동의 가치가 강조되었으며,

-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첫 번째 과제로 밝히고,

- 무분별한 세계화와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 · 교육 · 혁신에 바탕을 둔 발전 체제를 정립․추구하기로 하였다

또한 정책에 있어서

통합정당의 핵심 정책 가운데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3조 항목에 명시하여 기존 민주당 정책과는 차별화된 노동정책을 당의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 이를 위해 1)노사관계의 다층화를 통한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체제 구축, 2)노동 친화적 기업문화 육성, 3)공정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조법 및 노동관계법 개정, 4)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 철폐, 5)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6)최저임금제도 현실화, 7)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8)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9)고용보조금제도 및 실업안전망 확충, 10)장시간 노동구조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핵심 노동정책과제로 선정하였다.

한편, 민주통합당 당헌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추가하여 노동에 대한 가치존중을 명문화했으며, 대의기구 및 최고 의사결정 단위에서의 노동부문 참여에 대한 보장을 명확히 하였다.

당헌 신·구조문대비표

제2조(목적)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보편적 복지, 그리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목적) ----------- 자유, 평등, 인권, 민주, 노동, 연대, 정의, 평화, 생태, 보편적 복지를 -------------------.

☞ 통합 및 합당의 정신에 따라 '노동'을 목적에 추가

<신설>

제0조(노동부문 당원의 지위와 권리) ①우리 당은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부문 당원의 지위와 권리에 대하여 특별히 배려한다.

②우리 당은 제1항의 실현을 위하여 대의원과 중앙위원 등 대의기관에 노동부문 당원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한다.

③기타 필요한 사항은 당규로 정한다.

포함비율(10% 이상)은 당규에 명시

제12조(지위와 구성) ①전국대의원대회

<신설>

제12조(지위와 구성) ①전국대의원대회

② 1. ~ 6.<현행과 같음

20. 정책당원이 소속된 기관 또는 단체가 추천하는 정책대의원. 이 경우 정책대의원의 수는 전국대의원대회 총 규모의 100분의 30을 초과할 수 없으며, 노동 등 하나의 부문이 전국대의원대회 총 규모의 100분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 노동부문 할당에 대한 참여 비율 명시

제16조(지위와 구성) 중앙위원회는 전국대의원대회의 수임기관이다.

②중앙위원회는 다음에 규정하는 50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1. 당대표

2. 최고위원

3. 원내대표

4. 국회부의장

5. 전국대의원대회 의장 및 부의장

6. 상임고문 및 고문

7. 사무총장

8. 정책위원회 의장

9. 정책연구소의 장

<신설>

10. ~ 18. 중략

<신설>

19.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선임하는 중앙위원<후단신설>

③중앙위원회에 의장 1인과 부의장 2인을 둔다.

제16조(지위와 구성) 중앙위원회는 전국대의원대회의 수임기관이다.

②------------------------------------------- 800명------------------------------------.

1. ~ 9.<현행과 같음>

0. 전국노동위원장

10. ~ 19.<현행과 같음>

-----------------------------------------------------

이 경우 전국노동위원회가 추천하는 중앙위원을 중앙위원회 총 규모의 100분의 15 이하의 범위 내에서 선임하여야 한다.

③<현행과 같음>

☞ 규모 확대

☞ 위상 강화

제24조 (최고위원회의 지위와 구성) ①최고위원회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책임기관이다.

②최고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구성한다.

1. 당대표

2. 선출직 최고위원 5인

3. 지명직 최고위원 2인

4. 원내대표

③제2항제3호의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대표가 지명하여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무위원회가 인준함으로써 확정된다.

④제2항제3호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여성 1인이 반드시 포함 되어야 한다.

제24조 (최고위원회의 지위와 구성) ① -----------------------------------------------.

②-------------------------------------------------.

1.․2.<현행과 같음>

3. ----------------------- 4

4. 원내대표

③<현행과 같음>

④--------------------------------------------------- 여성, 노동, 지역, 청년을 우선 배려한다.

☞ 노동부문 최고위원 신설

<신설>

제35조(전국노동위원회) ①노동조직의 확대, 노동정책의 수립 및 노동계와의 연대와 협력에 관한 업무 수행을 위하여 최고위원회 아래에 전국노동위원회를 둔다.

②전국노동위원회는 주요 노동정책에 관하여 심의하고 당에 제안할 수 있다.

③당대표는 전국노동위원회의 노동정책에 관한 제안을 국정 및 주요 당무에 반영한다.

④전국노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등 필요한 사항은 당규로 정한다.

☞ 노동위원회 확대 강화를 통해 실질적 노동정책입안 기반 마련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새로운 당의 강령과 정책 그리고 당헌이 친노동자화 되어 있고, 그 한가운데 한국노총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양 자만하거나 안심해서는 안 되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것이 시스템화 되고, 현실 정치에서 제대로 구현이 될 수 있게끔 참여하고 감시하는 역할 역시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심화시키려는 노력 또한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진정으로 노동의 뜻과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해서,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통합 정당의 정강 정책에 녹아있는 노동의 가치를 현실화 시킬 수 있도록 내부의 자원을 개발하고 키워나가야만 한다. 노동자 정치학교의 형태가 되었든, 위탁교육의 방식을 취하든 이러한 내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친노동자 성향의 후보를 추천하고 지원하는 형식을 통한 인재의 영입과 발굴 또한 이제껏 한국노총이 일정부분 취해 온 정치참여 방식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친노동자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결정되어 노동가치의 대변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친노동자 후보지지 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준과 투명한 검증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재의 양성이나 영입조차 되지 못한 채 상층부에서의 권력연대를 통한 특정 인물의 국회 진출 방식 역시 따가운 비판에 직면해 있음이 사실이다. 결국, 이상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정치 참여를 통한 꿈과 이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작업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단순히 정당을 하나 새로 만든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창당은 노동세상의 위대한 여정을 위한 첫 발자국에 불과하다. 설령,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하여 정권을 잡는다 한들 쉬이 끝날 문제 또한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권을 쟁취했다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정책이 노동친화적 · 노동지향적으로 변화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시스템 자체가 여전히 반진보적인 상태, 사회 저항 세력의 수가 엄청나고, 수구의 힘 역시 상당히 막강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단 없이 개혁하고 지속적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지혜와 열정을 다 함께 모으는 일, 바로 그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의 양 어깨가 몹시도 무거운 이유다.

지금 우리는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다난하고 험난한 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함께 그 길에 나서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믿고 거침없이, 당당하게, 뚜벅뚜벅 갈 일이다.

- 한국노총 기관지 「한국노총」2012년 1월호 기고


Posted by 한정애

댓글을 달아 주세요